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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 오디션, 사라져 가는 존재의 집착과 외로움

개인서랍/책감상 2009.03.21 16:03

사라져 가는 존재의 집착과 외로움

줄 곧 자신의 최우선 사항이었던 것이 어느날 돌연 무너져 버렸지요.그것은 조금 오버일지도 모름니다만,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을 받아드리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원래 살아가는 것은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져 가는 것입니다.


 

미친 듯이, 목적의식 없이, 그냥 남들도 뛰니깐 자신도 그냥, 그러다 넘어지면 우리는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쓸데없는 망상에 빠진다. ‘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는 그런 허무에 농락 당한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흔들거리는 투명의 어떤 것을 쫓아 미친 듯이 집착한다. 아니,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에 집착하는 것이다. 간혹 그 뒤에 무서운 어떤 것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미쳐버릴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야마사키 아사미가 사랑이 없어 흉폭 해지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잃은 체 미쳐 버릴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현대인의 삶의 유형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시게히루와 같은 인물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사미와 같은 인물이다. 시게히루는 매우 평범한 인물로 그려진다.-물론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은 그리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의 재미를 위한 소재일 뿐이다. 소설에서 극도의 리얼리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시게히루와 같은 인물들, 그의 아들 시게히코와 그의 친구 요시가와는 모두 우리의 일상을 비추어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가고 있는 극히 삶에 순응적인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은, 아니 우리들은 그냥 인간이 그렇게 살아 왔듯이 그냥 그 자리를 밟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가끔 우리는 어떤 기회에서-요시코의 죽음-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고 감정은 허무감에 휘말려 아슬아슬한 인생의 절벽에서 넘어져 끝없이 떨어지게 된다. 허무는 인간을 농락하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우리는 그런 허무감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 집착할 어떤 것을 사냥감을 찾듯 찾는다. 그리고는 사냥감이 나타나면 눈에 초점이 풀리고 입이나 벌리고 다니는 헐거인처럼 그것에 집착한다.
 

 이 소설에서도 이런 일상적인 것이 엿보인다. 시게히루는 요시코의 죽음으로 인해 허무감에 빠지고 그곳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두 가지 일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 두 일이 모두 이루어지자 다시 알지 못하는 허무감에 빠지고 다시 그곳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 배우자를 생각하게 된다. 또한 그의 친구 요시가와 역시 시게히루의 배우자를 고르는 오디션에 대해 매우 들떠서 거기에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시게히루의 아들 시게히코 역시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어머니의 상실은 어린아이에게 있어 자신의 목적의식을 잃게 하는 허무감으로 볼 수 있다.-미친 듯이 어떤 것 히스테리 적으로 매달려 다닌다. 이렇듯 우리는 허무를 잊기 위해 어떤 것에 집착하는 그런 일상을 반복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야마사키 아사미 같은 여자는 자신이 전에 써본 적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여자는 우리의 일상과는 틀린, 허무가 아닌, 어떤 외로움에 빠져있다.
 

 야마사키 아사미, 치유 될 수 없는 유년기의 상처로 얼룩져진 기억들...거짓말 그리고 집착...그리고 외로움. 그것들은 그녀에게 있어 자아의 정체성을 잃게 한 것들이었다. 어디에 가서나 미움을 받았던 기억들. 그리고 항상 그녀를 미워하던 계부의 변질된 사랑의 기억들은 그녀 속에 괴물이 자리 잡게 했다. 고독과 파괴 충동 역시 인간이 농락 당하기 쉬운 요인이다. 그렇게 하여 그녀는 자신에게 거짓을 말한 모든 이를 증오하며 점점 그 괴물을 키워간 것이다. 투명에 가까운 진실에만 그녀는 존재했고 티끌과 같은 현실의 거짓은 무의식의 자아를 깨웠다. 그녀는 외로운 어린 시절의 피해자이며 그녀의 남자, 아오야마 시게히루는 거짓으로 투영되어진 그녀의 무의식의 자아를 깨운 현실인 것이다.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자라야만 했는가? 이 여자는 바로 사랑의 결핍으로 자란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이다. 현대의 사람들은 사랑이 부재 돼 있어 보인다 시게히루가 허무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배우자를 고르는 것처럼 필요를 위해 만나고 헤어지는 것 같아 보인다. 작가의 말에서 나온 것처럼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흉폭 해지는 것이다. 온기 한 점 없는 이 현대는 차가운 인간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이 소설은 현대인의 유형을 오디션이라는 매우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재 역시 현대의 황금 만능 주의를 상징 적으로 말하고 있다. 배우자를 오디션-연애 사업의 일부분-으로 뽑는다는 의도는 돈으로 좋은 배우자를 고른다는 의도가 내재 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황금 만능 주의로 인한 인간의 사물 화를 야마사키 아사미를 통해 고독과 연결 시켰다. 또한 이 소설은 황금 만능 주의를 포함한 일본에 대한 냉소로 가득 차있다. 이곳 저곳에서 어린 시게히코의 눈으로 일본에 대한 냉소가 남겨져있다. 물론 이 소설은 이런 작가가 전달하려는 어떤 것을 배제하고 평가한다하더라도 매우 대중적이고 재미가 있다. 나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전개되다가 갑자기 소설 분위기가 사이코 스릴러로 바뀌는 것에 정신을 잃은 듯 책에 빠져 있었다. 결말 부분에서 시게히루가 거의 살인 당하기 직전 시게히코가 나타나 꼭 삼류 소설을 연상케 한 것 외에는 매우 구성이 잘 짜여진 소설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나의 짧은 소견으로 말한다면, 현대 사회가 극도의 문명의 발달로 인해 인간을 매우 강하면서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대인들은 자연을 지배하려고 할 정도로 우둔하리 만큼 강한 존재로 보이지만 실재로는 작은 상처에도 헤어나 올 수 없는 매우 나약한 존재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허무나 외로움과 같은 것들로 인해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의 존재는-정체성-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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