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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의. ‘현실 반영론’과 ‘현실 구성론’

  사진은 인간이 가진 표현도구와 상상력과 상징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상징적 체계이다. 사진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진이 사회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집단의 정체성을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특정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진에 나타난 기호체계는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사실의 재현이라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사진을 ‘사실적인 어떤 것에 대한 객관적 재현(objective representation of something factual)'이라고 하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매체로 여기기도 한다. 이는 사진이 가지는 기계적 복사의 이미지나 기술적인 조작으로 생성된 것에 집착한 때문이다.


사진은 현대사회의 중요한 표현양식 중의 하나이다. 사진은 재현과 복제라는 특성을 넘어 인간의 생각과 사상을 표현한다. 사진이 지닌 의미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사진이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 및 사회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창조되는 또 다른 인간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진의 사회적 의미는 예술적 사진보다는 저널리즘 성격의 사진, 즉 포토저널리즘으로부터 기인한다. 사진의 저널리즘 성격은 보도사진에서 나타나는데, 보도사진은 사회 변동기나 전환기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하고, 자신으로부터 먼 거리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사실들을 사진을 통해 대중에게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사회 변동의 촉매가 되기도 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사진이 저널리즘과 접목되어 보도사진으로 정착하면서 사진의 현실반영 원리는 저널리즘의 기준인 객관성(objectivity) 원리와 결합되었고, 이에 따라 보도사진은 저널리즘의 객관성 원리에 충실한 분야로 인식되었다.


보도사진의 객관성에 대한 믿음은 보도사진의 특성으로부터 기인하기도 하는데, 그 특성을 살펴보면 첫째, 시각에 호소하는 매체라는 점, 둘째,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 셋째, 시간매체라기보다는 공간매체라는 점, 넷째, 감성소구매체라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보도사진의 이러한 특성은 사진에 나타난 형상을 그대로 믿게 하는 영향력을 낳는데 이는 사진이 인간의 감각에 대한 믿음을 고스란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 매체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보도 사진이 가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믿음은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중매체에 상업화되고 다양해지면서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특정 매체들은 이러한 믿음을 이용하여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보도사진이 언론매체를 대중 친화적이고 대중 지향적인 매체로 만드는데 기여하면서 나타난 부정적 영향은 언론의 대중화․상업화시기에 일어난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사진이 개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독자들의 믿음으로 인해 배가된다.


실제로 사진이 신문과 잡지의 상당한 지면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는 편인데, 이는 사진의 객관성에 대한 이러한 절대적 믿음에 기인한다. 특히 수용자들이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없는 경우에, 사진에 나타난 이미지가 그대로 대중들의 가치 평가 기준에 반영되는 점을 보아도 사진의 객관성에 대한 믿음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보도사진의 대중최면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이 객관성=진실성이라는 등식을 전제로 하여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은 채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다... 사진은 글로 쓰는 기사와 달리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기록된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에 무조건 믿어도 된다는 독자들의 생각이 사진으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했던 한국의 언론 상황에서 의미 있는 보도사진이 대중적 분노를 자아내고 사회 변혁의 촉매가 되기도 했지만, 사진의 객관성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은 사진에 나타난 현실을 실제의 맥락으로부터 분리시켜 왜곡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사진의 객관성에 대한 믿음과 저널리즘의 가치기준인 객관성 원리가 보도사진에 대한 이중적인 제약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원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기존의 분류체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유지하여 보수적인 입장에 놓이기 쉬우며, 수용자를 적극적인 의미생산자이기 보다는 단순한 소비자로 위치 지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도사진의 객관성에 대한 믿음은 극복되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사진의 객관적으로 현실을 반영한다는 믿음의 기원부터 고찰해 보자. 사진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사진의 내용보다는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사진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출현한 사회적․사상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존 버거(1993)에 의하면 사진은 1830년대에 실증주의 철학이 전성기를 향하고 있을 때 출현했고, 사진과 실증주의는 함께 발전했다. 실증주의는 과학과 기술이 사실에 기초한 지식을 획득함으로써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대적 기술로서의 사진은 실증주의 철학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실적인 재현이 가능한 객관적인 메커니즘을 가진 도구가 된다. 초기에 사진은 과학적인 도구이기보다는 창조적 도구였다. 이 때 일반 회화가 풍경이나 초상화를 주요 소재로 삼았던 것처럼 출현 초기의 사진은 풍경과 초상을 재현하는데 중점을 두었지만, 이는 창조적 행위로 받아들여졌지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재현이 가능한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한 사진 기술의 발달로 사진은 다른 영역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사진의 현실 반영 원리는 사회적으로 확대되었고, 19세기에 사진의 역할은 산업화/과학적 발전, 사회 통제/감시의 과정에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사진은 예술적 성격을 지니는 동시에 사회적 성격도 지닌다. 그러나 사진의 사회적 효용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게 됨에 따라 사진작가의 주관적 창조적 개입보다는 사진 자체의 중립적 객관적 반영이 사진의 성격을 규정하고 되었고 이것이 현실반영원리에 근거한 보도사진의 객관성이라는 믿음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 현실반영이라는 지배적 인식에 반대하여 사진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도적 관점이 나타났다. 이러한 입장은 객관적 현실반영이라는 틀에서는 벗어났지만 사진이 지닌 사회성을 간과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사진은 작가의 가치와 의도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특히 보도사진의 경우 그 가치와 의도는 작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 현실과 이에 대한 공유된 의미지평 위에서 형성된 것이다.


우선 이 입장에서는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가치와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본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이미 찍는 사람의 사각과 의도에 따라 특정 대상을 평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서는 사진을 통해 특정 대상을 재현하는 작가의 의도를 부각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적 관점은 재현체계의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의미를 작가 개인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실험적인 예술작품으로써 사진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의미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의미의 사회성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보도사진 작가는 일반 작품 사진가와 달리 대중의 눈으로 현실을 보도 이를 분석하고 묘사한다. 렌즈를 사회의 대안으로 놓고 대상물을 표현하면 보도사진이 되고, 렌즈를 개성의 대안으로 삼고 대상물을 표현하면 작품사진이 된다. 한 장의 사진이 탄생하고 의미를 떼게 되는 것은 사진의 기호체계가 갖는 사회성을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재현체계로서 사진의 의미가 작가 개인의 의도에 따라 형성된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의미란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의사소통 될 때만이 의미로써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믿음이나 사진이 작가의 의도에 의해 특정 대상을 사진에 옮겨놓았다는 주장은 사진의 기호체계는 여전히 대상에 내재한 객관적 의미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공통된 믿음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관점은 사진이 사물을 객관적으로 반영한다는 시각으로부터 벗어나는 점이 있다. 여기에는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되기 때문인데, 시진 작가의 주관적 해석은 특정한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나오며, 사물에 대한 주관적 해석은 의미를 사물에 내재한 객관적인 것으로 고정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의 주관적 해석을 중시하는 시각은 사진의 현실을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는 입장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사진이 작가의 주관적 해석에 의해 생산되었더라도 사진이 카메라렌즈가 산출한 사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재현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이처럼 의도적 관점은 사진의 재현적(再現的) 성질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사진을 작가의 가치와 의도가 개입된 재현으로 봄으로써 사회적 구성으로 사진을 보는 시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즉 작가의 눈이 개인적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면 이는 의미의 사회적 생산과 사진의 사회적 구성이라는 입장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현체계로서 사진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공유된 의미를 기초로 형성되며, 사진의 사회적 효과도 특정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보도 사진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회적 필요성을 강조한다. 사회일반의 정당한 관심에 부응하는가 또 그것이 필요한 사항인가 아닌가라는 판단이야말로 바로 신문보도 사진 게재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여기서 사진의 탄생과 의미는 특정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며, 사진에 나타난 현실은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에 나타난 의미가 대중에게 갖는 효과는 사회적으로 관습화된 규약을 넘어서서는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현체계로서 사진의 사회적 성격은 사물에 내재한 의미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으며, 작가의 개인적 의도에 의해 특정 대상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그것이 작가 개인의 의미에 속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이 제시하는 의미는 사회적으로 공유된 문화적 규약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자연적인 대상이나 개별 주체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할 때, 사진은 기호들의 관계에 의해 구성된 텍스트로서 텍스트의 생산자와 수용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의미를 담은 텍스트로서 보도 사진이 낳는 사회적 효과는 생산자의 피사체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수용자의 해석이 사회적으로 공유될 때 일어난다. 이 때 사진은 특정 시기의 시대적 산물로 그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고, 사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행위나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장의 보도사진은 사회의 거울 같은 반영이라기보다는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며, 그 당시 사회적 의미체계 위에서 사진이라는 기호를 사용하여 의미를 전달한다. 기획된 의미 전달은 텍스트(사진)와 독자 사이의 의미 작용을 통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도사진은 현실 자체를 재생산한다기보다는 현실을 재구성한다. 이러한 재구성을 ‘현실의 사회적 구성(the social construction of reality)'이라고 부른다. 버거(Berger)와 루크만(Luckman)은 개인이 인식하고 있는 현실은 객관적 현실과 항상 동일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현실 정의(defining)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고, 홀(Hall)은 이러한 언론의 현실 정의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언론에서 제시한 현실이란 더 이상 주어진 사실의 결합이 아니라 특별히 구성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홀에 의하면, 언론은 현실을 규정하는 것이며, 그것은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보다 적극적인 작업인 것이다. 이것은 보도사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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